고대의대 동문들에게 바람
최정숙 선생님은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문 근대여성교육의 수혜자이시다. 프랑스 신부가 만든 “제주 신성여학교”를 1회로 입학하여 졸업한 후, 서울로 진학하여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진명여고)”,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경기여고)”, 이후 38세의 나이로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고대의대)”에서 의학공부를 시작하였고 학제의 개편으로 모자란 1년을 학생 겸 위생감으로 “이화고등여학교(이화여고)”에 적을 두었다.
그런데 최정숙 선생님의 이러한 이력은 개인의 입신양명보다 가톨릭이라는 신앙을 바탕으로 가난한 이웃과 민족을 위해 온 삶을 바치겠다는 신념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최정숙 선생님은 본인의 뜻대로 3.1운동 투신, 야학운동, 무보수 교장선생, 무료진료 의사, 최초의 여자교육감 등 “사랑의 실천자”로서 불꽃처럼 살다가셨는데 이제 그 분의 뜻과 정신을 되살리고 계승하는 일이야말로 후배와 제자들의 몫이 되었다.
현재 선생님이 한평생을 바쳤던 제주도에서는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이 결성되어 뜻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선 아프리카 최대의 빈민국 부룬디공화국에 선생님의 여성교육에 대한 열정과 믿음을 되살리기 위해 한 300명이 다니는 “부룬디 최정숙여자고등학교”를 설립하였고 이어 1,050명이 다니는 초등과 중학교 과정인 “무쿤구최정숙초등학교”를 재건하였다. 이와 함께 선생님과 함께 했던 46명의 소중한 기억을 채록한 구술자료집 “제주선각여성 최정숙 선생님”도 발간하였다.
38세에 최정숙선생님이 시작한 의학공부는 참으로 어렵고 큰 도전이었다. 그녀의 도전은 가난하고 힘없고 병들고 아픈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즉 사랑의 실천을 위한 도전이자 선택이었다. 의사가 되자마자 선생님은 제주도에 내려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진료와 제주4.3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낌없는 의료 봉사, 한국전쟁 배고픈 피난민들을 따뜻하게 보듬었다.
3.1 독립만세운동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민족교육운동, 의사로서 이타적인 삶의 추구와 여성교육운동에 헌신했던 최정숙선생님에 대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홍식 학장님과 한희철 교수님을 중심으로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대가 새롭게 인식하고, 높이 평가, 주목하고 있음을 반가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계기로 현재 제주도에만 머물러있는 최정숙 선생님의 뜻과 정신이 서울로, 전국으로, 아프리카로,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리라 기대한다.
최정숙 선생님은 가진 것이 없는 빈곤한 나라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의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시기를 원하신다.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은 부룬디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학교를 세워주고 교육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줄 것이다. 이에 고대의대 동문들은 신발조차 신지 못하고 위생 상태가 엉망인 부룬디 아이들과 아프고 병든 부룬디 주민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랑의 실천자이셨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1회 입학생이시고 2회 졸업생이신 최정숙 선생님이 평생 원하셨던 “함께 살아가는 세상”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를 위해 고대 의대 동문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고대의대의 요청으로 '고대의대 동문에게 바라는 글을 쓰게 됨을 알려드림.